홍콩한타임즈
시로 여는 아침
"나의 인생 같은 백일장"
홍콩한국국제학교 9학년 박선아
나는 시를 쓴다
단숨에 써 내려가지 못하고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굽이굽이 힘든 길을 지날 때도
묵묵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어느덧 눈부신 빛을 만나는 것처럼
시 한 줄을 쓰는 일 또한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일과 참 닮았다.
AI 생성이미지
-시 읽기: 지우고 다시 쓰는 하루-
시를 읽다 보면, "아, 이런 생각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에 무릎을 탁 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 시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저의 마음이 그러했습니다.
돌아보면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문장을 써 내려갑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가 꿈보다 현실에 더 몰두하게 되는 건, 어쩌면 펜을 굴리며 스스로를 사유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학창 시절, 저 또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쓰며 하루를 기록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내일을 꿈꿨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연애편지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던 그 시절의 제 모습이, 지금 보니 가장 순수했던 열정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중학생의 문장으로 인생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거창하지 않습니다. 더 좋은 문장을 얻기 위해 고치고 고민하고 다시 쓰는 그 정성이 곧 우리의 삶과 닮아 있으며, 그런 과정이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아이의 시를 통해 배웁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왜 요즘, 다시 지우고 새로 쓰는 일을 이토록 두려워하며 살고 있었을까.’
어느덧 마흔 줄을 넘긴 나이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른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서툰 한 사람일 뿐이겠지요.
손에 쥔 것을 잃을까 두려워 주먹을 꽉 쥔 채 세상을 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이제는 꽉 쥐었던 주먹을 펴서 스스로의 어깨를 토닥이고, 곁에 있는 동료의 등을 어루만지며 함께 나아가고 싶은 하루입니다.
지도교사 :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