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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학 산책


"졸업식- 시인 김동환"


삼양초등학교 1학년

가정 조사서에 적혀있던

엄마는 중졸

아빠는 고졸


스무 해가 지나고서

가게 된 쉰 살

만학도의 방통고 졸업식

아빠는 이제 고졸이란다

엄마는 아직 중학교를 못갔단다


멋쩍은 목소리는 

패인 주름 사이

웃음처럼 흘러내리고


외동 아들 첫 등교 

눌러적은 중졸 단어에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흔들렸을까


스무해 동안 남모르게

짊어졌던 고졸 단어에

아빠의 허리는 얼마나

휘청였을까


막둥이 등에 업고 밭일했다던,

열다섯에 대구 공장에 취업했다던,

폐부 끝을 쑤시며 

고드름처럼 얼어있던 사연들


봄이다

덕분에 봄이라

설움도 함께 녹는다.



<시작詩作노트> : 못다 핀 꽃이 거둔 가장 찬란한 수확

 대한민국의 시간은 참으로 가파르게 흘렀습니다. 10년, 20년, 그리고 40년 전의 풍경은 매 순간 천지개벽하듯 달라졌지요. 그 눈부신 발전의 속도 뒤에는, 자신의 계절을 기꺼이 포기하며 거름이 되어준 우리 부모님들의 고단한 생이 숨어 있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어 비로소 '교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앞에 섰을 때, 나의 아버지는 쉰의 나이에 비로소 고등학교 졸업장을 품에 안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중졸'이라는 낡은 문턱을 넘지 못하셨고, 아마 평생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어보지 못하실지도 모릅니다

.

 어린 시절의 저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에게 학교란, 배움의 터전이 아니라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서성여야 했던 삶의 현장이었음을.

 아버지에게 열다섯이란, 꿈을 꾸는 나이가 아니라 대구 방직공장의 굉음 속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던 인내의 시간이었음을.


 부모님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공부해라" 말씀하셨던 이유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당신들께서 아는 유일한 성공의 길이자, 자식만큼은 당신들이 겪었던 '배움의 갈증'을 느끼지 않길 바랐던 간절한 기도였음을 말입니다.


 비록 졸업장은 짧고 투박할지라도, 부모님은 이미 삶이라는 거대한 학교에서 누구보다 훌륭한 성적으로 자식들을 키워내셨습니다. 두 분의 손으로 꼿꼿하게 일궈내신 평온한 일상을 보며, 저는 비로소 마음속 고드름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낍니다.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집집마다 말 못 할 사연과 시린 마음들이 있겠지만, 이번 봄에는 서로의 주름진 손을 보듬으며 사랑한다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는 마침표 같은 졸업이 없기에, 저 또한 생이 다하는 날까지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배우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KIS(한국과정유치원 오픈데이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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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5-02 09: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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