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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신


김동환


달빛이 파도 사이에 얼굴을 묻는

밤의 자리는 황홀겹다


창밖 쏟아지는 빛소리에

잠든 아들의 숨소리가 무거워진다.


한국에 두고 온 향수는 어느새

방 가득 침잠한 그리움이 되고


바닥을 긁으며 이어지는 통화 연결음이

100달러짜리 몇 장에 사그라지는 시간


나는 무엇을 위해 홍콩의 비린내를 맡고 있는 것일까.


목적지가 번져버린 티켓은 구긴 채

소주잔에 채워 보는 그을음.


빗소리에 잠식당한 빛, 눈물하다.



<시작詩作노트>

 어린 시절의 제게 술 취한 아버지는 이해할 수 없는 불쾌함 그 자체였습니다. 밴 냄새와 뭉개진 발음 속에 담긴 그 막막한 감정들을 저는 밀어내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나이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비틀거리는 제 그림자에서 그 시절 아버지를 발견합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글귀를 떠올려 봅니다. 때때로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는 삶의 본질을 부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지탱하는 시간, 사랑, 믿음 같은 것들은 사실 형태가 없습니다.


 타향에서 저와 같은 비린내를 맡으며 땀 흘리는 모든 분께 응원을 보냅니다. 이번 주말만큼은 눈물 대신 웃음이 고이는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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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4-25 11: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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