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시로 여는 아침
홍콩한국국제학교 10학년 안희윤
조약돌
소란한 밤이 지나고
졸린 공기가 내려앉은 아침
청량한 푸른빛으로 열리는 우리만의 세계
소라고동 속에는 여전히 투명한 바람이 산다
서로의 희로애락에 기대어
어깨동무하며 웃고 울던 날들
돌아서는 등 뒤로 파도가 덮쳐오고
흩어진 마음들은 간절한 염원을 품은 채
밀려오는 시간의 파도 밑으로 가라앉아 흐릿해진다
함께 바다를 걷던 너희는
파도에 씻겨가는 매끄러운 조약돌처럼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멀리 표류해간다
아아, 이제는 노를 저어야 할 시간
동남쪽 작은 섬에 닿아
나 또한 새로운 인연을 기약하리라
<시 읽기: 노를 젓는다는 것은>
학창 시절의 저를 반추해 보면, 낡은 마이마이 이어폰 사이로 흘러나오는 ‘Let it be’를 매일같이 흥얼거리곤 했습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속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동생 ‘폴’의 삶에 지독하게 공감하며, 구속되지 않는 삶을 꿈꾸기도 했지요.
그 시절의 저는 무언가 해내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은 있었으나 그것을 뒷받침할 의지는 부족했고, 자유는 갈망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은 외면하고 싶어 했던 아이였습니다. 그 모습을 반추하며 오히려 지금의 저는 누구보다 강한 의지와 해야 하는 책임에 대해 생각하고 노력하는 생활 자세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청소년 시절, 함께 웃고 울던 친구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성장의 길목에 선 학생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타인이나 환경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노를 저어야 할 시간’임을 깨달은 희윤 학생의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고 멋져 보입니다. 막막한 바다 위에서 스스로 방향을 잡으려 마음을 다잡는 그 당당함은, 최소한 방황하던 그 시절의 저보다는 훨씬 단단해 보입니다.
오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지금 우리 어른들의 모습은 어떤가요. 타성이라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표류하고 있지는 않나요? 스스로 노를 저어 방향을 바꾸고, 거친 물살을 뚫고 나아가려는 의지를 여전히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새로운 인연을 기약하며 동남쪽 작은 섬을 향해 노를 젓겠다는 학생의 다짐 앞에서, 안주하고 있던 저의 모습 또한 겸허히 되돌아보게 됩니다.
지도교사 :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