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홍콩한타임즈◆
홍콩포커스 7월 18일(토)
■ AI의 파도 앞에 선 변호사, 예비 법조인들이 마주할 새로운 가능성
— 홍콩과 한국, 대전환의 길목에서 글로벌 법률가의 길을 묻다
최근 필자의 지인의 자녀가 홍콩 최고의 명문인 홍콩대학교(HKU) 법과대학원에 진학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축하와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는 씁쓸한 잔상이 남았다. 연일 뉴스에서 AI 시대에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 변호사를 꼽으며, 예비 법조인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변호사의 미래는 암흑기일 뿐일까? 인공지능이 지배할 거대한 파도 앞에서 새로운 무대를 선점할 생존 전략을 짚어보았다.
일각에서는 법률 시장의 위기를 말하지만, 이는 본질을 오독한 것이다. 지금의 변화는 변호사의 몰락이 아닌, 법 조문과 판례를 독점하며 안주하던 ‘지식 소매상’의 종말이자 고차원적 ‘전략가’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다
. 특히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영미법 체계와 이원화된 변호사 제도를 유지해 온 홍콩과, 로스쿨 도입 이후 미국식 단일 변호사 체계 정착에 집중해 온 한국의 법률 시장은 전혀 다른 생존 방정식을 마주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기업 소송과 M&A가 중심인 홍콩이나 한국의 대형 로펌들은 ‘수많은 주니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자본력’으로 시장을 독점해 왔다.
수만 장의 서류를 검토하는 물리적 한계는 중소 로펌이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이었다. 그러나 AI가 10분 만에 해결해 주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제 기술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단 1~2명의 주니어 변호사가 운영하는 부티크(Boutique) 로펌도 대형 로펌급의 정보 전투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은 단 한 번의 국가고시(변호사시험)로 자격을 얻는다, 반면, 홍콩은 한국처럼 국가고시로 자격을 얻는게 아니다. 의사로 치면 의대 대학원(PCLL)을 무사히 졸업하고,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수습 변호사) 생활까지 마쳐야 비로소 정식 자격증을 주는 ‘과정 중심’으로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은 해외 변호사의 국내법 자문이나 자격 전환을 극도로 제한하는 폐쇄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반면, 개방형 경제 체제인 홍콩은 이미 자격을 갖춘 한국 등 해외 변호사가 5년 이상의 경력을 쌓으면 OLQE(해외 변호사 자격시험)라는 전환 시험을 통해 현지 자문 변호사 자격을 다이렉트로 취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국내 송무와 자문에 집중된 한국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자본의 흐름이 치열한 홍콩이라는 더 큰 바다로 나아가려는 이들에게, AI는 든든한 날개가 된다.
낯선 영미법 체계의 방대한 판례와 서류 양식도 AI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도구 삼아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법률가의 탄생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진 셈이다.

금융허브 홍콩에서 한국 변호사의 주된 역활
홍콩 내 최고급 오피스에 자리 잡은 미국계·영국계 글로벌 로펌의 ‘한국 팀(Korea Practice)’은 글로벌 법률가들의 가장 주된 전장이다. 이들의 주 업무는 국내 재판이 아닌,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자본의 흐름을 법적으로 안전하게 연결하는 일이다.
그 중심에는 크로스보더 M&A(국경 간 인수합병)와 자본시장(Capital Markets)이 있다. 한국의 대기업이나 초대형 사모펀드(PEF)가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 혹은 글로벌 자본이 한국 시장에 진입할 때 계약서의 뼈대를 짜고 리스크를 방어한다.
대한민국 정부나 글로벌 대기업이 대규모 외화 채권을 발행하거나 뉴욕·홍콩 증시에 상장(IPO)할 때 국제 금융 규제를 풀어내는 ‘법률 설계자’들이 바로 이들이다. 또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블랙록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의 아시아 총괄 본부에서 내부 ‘브레인’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이 거대한 시장을 지탱하는 홍콩의 변호사는 역할에 따라 엄격히 분리된다.
-자문 변호사 (Solicitor): "비즈니스의 동반자이자 해결사"로 불리며, 기업의 M&A 자문, 계약서 검토 등 법정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법률 업무를 처리한다. 의뢰인이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만나 상담하는 창구다.
-법정 변호사 (Barrister): 가발을 쓰고 법복을 입은 채 법정 변론을 전담한다. 대형 로펌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며, 의뢰인이 직접 고용할 수 없고 반드시 자문 변호사(Solicitor)의 분석과 추천을 거쳐 고용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홍콩에서 이 자격을 얻기 위한 관문(PCLL)을 제공하는 대학은 홍콩 내에 단 3곳(홍콩대, 중문대, 시티대)뿐이다.
필자의 지인의 자녀가 진학한 홍콩대(HKU)는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으로, 정·재계 핵심 인사들을 배출한 압도적인 동문 네트워크와 깊이 있는 영미법 이론 교육을 자랑하는 최고 권위의 기관이다. 법학 비전공자라면 한국의 로스쿨에 해당하는 JD(Juris Doctor) 과정을 거쳐 변호사의 길로 진입하게 된다.
AI는 리스크 0%의 계약서 초안을 짜줄 수는 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읽어내며 밀당을 주도하는 ‘협상력’은 없다
불안과 분노에 휩싸인 의뢰인의 등을 두드리며 “내가 끝까지 당신 편에 서겠다”는 정서적 신뢰(Rapport)를 주는 것 역시 오직 인간 변호사만의 영역이다. 법정에서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변론도 마찬가지다.
지금 불리한 처지에 놓인 건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업무 방식에 머물러 있는 이들뿐이다. 완벽한 비즈니스 영어와 중국어라는 언어 장벽을 넘어, AI라는 거대한 지렛대를 잡고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시선을 돌리는 전략가들에게,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 몸값을 몇 배로 띌 수 있는 전례 없는 황금기인 것이다.
While news warns that AI will replace lawyers, this is not the downfall of the profession, but the birth of high-level 'strategists' over simple 'knowledge retailers.' Amid this shift, Hong Kong (Common Law) and Korea (American-style 로스쿨) present entirely different survival equations.
Traditionally, mega-firms monopolized the market with massive manpower for document review. Now, AI does this in 10 minutes, allowing boutique firms run by tech-savvy junior lawyers to match their firepower.
While Korea qualifies lawyers through a single bar exam, Hong Kong uses a 'process-oriented' system requiring the PCLL graduate course and a 1-2 year firm residency (Trainee). For global-minded lawyers, AI serves as a powerful wing to quickly absorb unfamiliar foreign laws and expand into Hong Kong's thriving market—where qualified foreign attorneys can also bypass local university requirements via the OLQE conversion exam.
In Hong Kong, the 'Korea Practice' teams at global firms act as 'legal architects,' handling cross-border M&As, capital markets, and acting as internal brains for investment banks like Goldman Sachs. The system strictly divides roles into Solicitors (business fixers handling out-of-court matters) and Barristers (courtroom specialists hired only through solicitors). Top elite institutions like the University of Hong Kong (HKU) drive this market, offering the JD pathway for non-law majors.
Ultimately, AI can draft risk-free contracts, but it cannot replicate human negotiation skills, courtroom persuasion, or emotional trust (Rapport) with a client. For strategists who master business English, Chinese, and leverage AI as a tool, this is not a crisis, but an unprecedented golden age.
홍콩한타임즈 이유성 발행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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