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눈 오는 날
김동환
눈물이 손끝에 맺혀 있다.
이제 곧 3월이란다.
꽃피는 봄이 오고 꽃 같은 신입생도 오는
춘삼월이라는데,
마른 가지에는 얼음꽃만 한창이다.
흐드러지게 내리는 눈
어머니의 목소리는 잠겨 있다.
감기 조심하라고
고참 말 잘 들으라고
떨어지는 동전에 수화기는 무거워진다.
겨울은 아직 북풍을 부른다.
아슬하게 흔들리는 군번줄
눈물이 스며든 손끝이 시리다.
AI 생성 이미지
<시작詩作노트>
20년 전 써 내려갔던 시가 문득 눈앞에 머뭅니다. 어느덧 교직 생활이 15년을 훌쩍 넘어가다보니, 제자들 중에는 가정을 꾸린 이도, 멋진 판사가 된 이도, 때로는 아픈 사연 속에 있는 이도 있습니다.
제자들의 모든 삶이 소중한 만큼, 그들의 소식을 마주하는 저의 마음도 때로는 깊고 무거워집니다.
최근 한 제자가 입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의무이지만, 스승으로서 건넬 수 있는 말은 그저 "건강히 잘 다녀와라, 넌 잘해낼 거다"라는 투박한 격려뿐이었습니다.
문득 저의 군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지금처럼 휴대폰을 쓸 수 없던 시절, 공중전화기에 떨어지는 동전 소리와 함께 마음도 툭 하고 가라앉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흔히들 "요즘 군대 편해졌다"고 말하지만, 오늘 입대하는 청년에게 그 말은 결코 위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무게와 추위는 있는 법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장병을 응원합니다. 홍콩 교민분들의 자녀 중에도 낯선 곳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들이 있겠지요. 우리의 평온한 밤은 누군가의 눈물과 인내로 지켜낸 소중한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오빠, 그리고 소중한 친구인 그들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 그들의 헌신에 감사하며 따뜻한 기도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