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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학 산책


다림질


시인 김동환


모아온 시간을 곱게 다리며

그대를 떠올립니다


구겨진 옷깃 같은 추억 사이

맑은 발소리가 스며듭니다


달마저 잠든 겨울밤

가로등 아래

하나의 그림자로 걷던 그 길에

여전히 발자국이 남아 있을까요


허수아비처럼 손을 흔들다

옷자락 끝에 상처를 냅니다

그 틈으로 남겨진

한숨이 조용히 새어 나옵니다


가을 끝에 매달렸다가

낙엽처럼 떨어져 멍이 듭니다

그 흔적은

다림질로도 펴지지 않습니다


반듯하게 다려진 시간 위에

그대는 겹겹이 포개지고

쌓일수록 무너지는 마음은

끝내 다시 주저앉습니다



<시작詩作노트>


 누구에게나 추억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추억의 무게만큼이나 많은 후회가 마음속에 남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교류하며 함께하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이별의 과정 또한 겪게 마련입니다.


 저는 줄곧 의미 없는 경험이란 없다고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그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을 저는 ‘다림질’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구겨진 기억들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멋지게 접어 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수록,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기억과 추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어떤 기억은 불쑥 머릿속을 맴돌며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때로는 그 아픔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행위’ 그 자체가 아닐까 합니다. 구겨진 삶을 다림질하려는 그 부단한 노력 말입니다. 비록 완벽할 수는 없더라도, 그 노력이 있기에 우리는 기억을 조금 더 단정하게 보관하며 삶을 쾌적하게 가꾸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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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4-11 20: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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