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홍콩의 8월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가마솥에 갇힌 듯 가장 더울 때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한국도 홍콩 보다 더 더워 서울이 38도까지 올라가고 일부 지방은 43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한국의 거리에서 상의를 벗고 다니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반면 홍콩은, 여름철은 물론 심지어 겨울철에도 배를 드러내놓고 다니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재래시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흔히 마주치게 되는 이 풍경은, 티셔츠를 가슴 위까지 말아 올린 채 볼록 나온 배를 훤히 드러내고 한가롭게 부채질을 하는 중년 이상 남성들의 모습이다.
외신들은 이를 일컬어 ‘베이징 비키니(Beijing Bikini)’라 부르고, 현지에서는 상의를 탈의한 어르신이라는 의미로 ‘방야(膀爺)’라 부른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지인의 시선으로 볼 때 이는 다소 민망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낙후된 풍습'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볼록한 배 너머에는 지리·문화·한의학, 그리고 언어적 유희가 오랜 시간 얽혀 만든 중화권 특유의 민속학적 맥락이 숨어 있다.
이들이 셔츠를 말아 올리는 가장 일차적인 이유는 단연 ‘생존형 피서’다. 에어컨이 잘 갖춰진 대형 쇼핑몰과 달리, 야외 현장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서민들에게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는 그 자체로 고문과 같다. 그렇다고 단순한 더위 때문만은 아니다.
한의학적 민간에 따르면 배꼽과 단전 부위는 몸 전체의 열과 기(氣)가 모이고 산출되는 통로로 여겨진다. 배를 노출함으로써 장기 주변에 몰린 열을 방출하고 맑은 기를 순환시켜 건강을 유지한다는 의식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과거 수산업이나 건설 현장에 종사하던 남성 노동자들의 일상적 습관, 그리고 체면보다는 ‘당장의 실용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서민 문화가 결합했다.
또 다른 숨은 이유로는 중화권 특유의 '해음(諧音) 문화'가 있다. 중국 문화권에서는 발음이 비슷하거나 같은 단어를 연결해 복을 기원하는 전통이 강하다. '배'를 뜻하는 배 복(腹) 자의 표준 중국어 발음은 'fù'인데, 이는 '복'을 뜻하는 복 복(福, fù) 자와 발음이 완벽히 같다
. 따라서 민간에서는 "배(腹)를 넉넉하게 채우거나 드러내는 것"을 은연중에 "복(福)을 드러내고 가득 채운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동양 미술이나 민속 신앙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배를 드러내고 있는 인물이 바로 '포대화상(布袋和尚)'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넉넉하게 볼록 나온 배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포대화상의 모습은 부(富)와 다복(多福),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즉, "배가 부르고 넉넉한 모습(滿腹)" 자체가 가난을 벗어나 복을 받은 상태를 뜻하기에 배를 드러내는 행동에 문화적 거부감이 적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문화와 일상 사이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상의 노출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실제 중국 본토의 일부 도시에서는 공공장소 상의 탈의에 벌금을 물리는 등 강력한 단속을 펼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현대 홍콩에서는 이 풍경의 ‘공간적 격차’가 더욱 뚜렷해졌다. 센트럴의 초고층 오피스 타운이나 정갈한 상업 지구에서는 볼 수 없지만, 삼수이포의 재래시장, 야우마테이의 노천 식당, 아파트 공원 등에서는 여전히 민폐 탈의를 한 노년층을 쉽게 마주치게 된다.
첨단과 전통, 글로벌과 로컬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 중화권 도시들의 이중적 매력으로 이해해 보려 해도, 길거리에서 이런 광경을 직면할 때마다 필자의 시각에는 '눈 버렸다', '불쾌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공공 에티켓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짐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에 '베이징 비키니'는 박물관이나 옛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될지도 모른다.
민망함과 불쾌함, 그리고 삶의 야성이 교차하는 그 배꼽 위의 셔츠는, 오늘도 푹푹 빠져드는 아열대의 무더위 속에서 홍콩이라는 도시가 견뎌온 삶의 가장 솔직하고 생생한 표정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
[Hong Kong Culture] Summer Street Scene Culture in Hong Kong: 'Beijing Bikini'
The Phenomenon: During Hong Kong's hot, humid summers—and occasionally even in winter—it is common to see middle-aged and elderly men rolling up their shirts above their stomachs (a practice known globally as the "Beijing Bikini" or locally as "Bang Ye").
Modern Conflict & Spatial Divide: Younger generations and modern urbanites often view the practice as unhygienic or unsightly, and some mainland Chinese cities have even imposed fines against public shirt-removal. In Hong Kong, this creates a clear spatial divide: nonexistent in high-end financial districts like Central, but still visible in traditional street markets and open-air eateries like Sham Shui Po and Yau Ma Tei.
Survival Cooling & Utility: A practical response to high heat and humidity for outdoor workers, prioritizing comfort over formal etiquette.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 A belief that exposing the abdomen (Dantian) releases trapped internal heat and promotes energy (Qi) circulation for good health.
Linguistic Wordplay (Homophones): In Mandarin, "belly" (腹, fù) and "blessing/fortune" (福, fú) sound identical. Exposing a full belly is subtly linked to displaying abundance and inviting good fortune, mirrored by the iconic figure of the Laughing Buddha (Budai).
Conclusion: While modern etiquette standards and generational shifts mean the "Beijing Bikini" may eventually vanish, it remains a raw, vivid reflection of Hong Kong's lived tradition and resilience amid intense tropical heat.
홍콩한타임즈 이유성 발행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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