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한타임즈
시로 여는 아침
주황빛 위로
홍콩한국국제학교 12학년 박진석
하늘이 주황색으로 불타오르고
구름은 춤추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회색 도시의 빌딩들은 조용히 숨을 죽이고
파란 농구 코트는 누군가의 땀방울을 기다려.
저 멀리 보이는 산들은 수평선과 만나며
어두워지기 전에 마지막 빛을 꽉 잡고 있어.
오늘 하루가 끝난다는 걸 알려주는 저녁 노을,
그 아름다운 순간을 내 눈에 소중히 담아본다.
<시 읽기: 홍콩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마음>
홍콩에 부임하여 아이들과 함께 호흡한 지 어느덧 10개월이 되어갑니다. 이곳 홍콩에는 1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타국 생활을 이어온 한국인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행히 제가 정규 수업을 맡고 있는 홍콩한국국제학교 학생들은 일상 속에서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임시로 지도했던 토요학교의 국제학교 학생들은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의사소통하고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모국어로 말하는 것이 되레 낯설고 어색하다는 현실은, 해외에 거주하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모두에게 깊은 시사점과 먹먹한 울림을 안겨줍니다. 비록 홍콩 영주권자로 이 땅에 뿌리내려 살아갈지라도, 대한민국이라는 국적과 한민족의 정체성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진심 어린 격려와 지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12년이 넘는 시간을 홍콩에서 자라온 진석 학생 역시, 어쩌면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더 익숙하고 편안한 학생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내면을 모국어로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진지하게 노력하는 그 뒷모습은, 타국에서 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저에게 참으로 큰 감동과 고마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아이들의 완벽한 어학 능력이나 거창한 학업적 성취가 아닙니다. 단지 한국인 부모의 따뜻한 품 안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가슴속에 뚜렷한 민족적 자긍심을 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록 서툴고 조금은 투박할지라도, 자신의 진심을 한국어로 당당히 표현하며 멋지게 성장해 나갈 아이들의 미래를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중심인 광화문 광장에는 두 거목의 동상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입니다. 외세의 침략 속에서 나라를 굳건히 지켜낸 이순신 장군이 '국방력과 굳건한 자립심'을 상징한다면,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은 '우리 문화와 언어의 숭고한 가치'를 대변합니다. 이 먼 타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지향점이 무엇인지 두 동상의 의미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이 되새겨 봅니다.
지도교사 :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