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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아침


"처음"


홍콩한국국제학교 9학년 이유주


해가 쨍쨍하던 어제와 달리

오늘의 하늘은 참 변덕스럽다.


산들바람은 어느새 거센 폭풍우가 되고,

따스함을 건네던 눈부신 빛은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된다.

언제나 거친 바람을 막아주던 나무마저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날.


아,

나 이제 혼자구나.


조금만 더 버텨볼까,

눈을 감고 참아낼까.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악착같이 견뎌볼까.


길고 긴 밤이 마침내 걷혔을 때,

칠흑같이 어둡던 골목을 빠져나왔을 때,

그제야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 나무가

못내 원망스러워 눈물이 흘렀다.


아,

이제야 알겠다.

모진 폭풍우도, 잠시 자취를 감췄던 나무도

나를 주저앉히려던 게 아니었음을.

그 외롭던 시련이 나를 키운 밑거름이었고,

보이지 않는 온기로 나를 지켜주었음을.


그리하여 마침내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또 하나의 단단한 나무가 되어 있었다.



<시 읽기: 처음이라는 것>

 누구나 처음은 있습니다. 처음은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9학년 이유주 학생의 시 <처음>은 늘 든든했던 울타리(나무)가 사라지고, 인생의 첫 폭풍우(사춘기)를 홀로 맞이한 순간의 두려움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아, 나 이제 혼자구나."라며 세상에 홀로 던져진 아이는 막막함 속에서도 도망치는 대신 "악착같이 견뎌볼까"라며 용기를 냅니다. 어두운 밤을 스스로 통과하는 과정은 두렵지만, 동시에 나로서 온전히 서게 된다는 설렘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는 깨닫습니다. 나를 힘들게 했던 모진 시련과 나무의 부재는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키워준 ‘삶의 밑거름’이었음을 말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고개를 들었을 때, / 나는 또 하나의 단단한 나무가 되어 있었다."

 처음은 누구나 서투르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견뎌낼 때 우리는 비로소 누군가에게 그늘을 내어줄 울창한 나무가 됩니다. 이 시는 새로운 '처음' 앞에서 흔들리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당신은 지금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중이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지도교사 :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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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5-27 09: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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