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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아침


"웅덩이"

홍콩한국국제학교 11학년 서영훈



후회와 울분이 쏟아진다

내가 그토록 미운지

비는 거칠게만 내리고


길 위에 파인 낮은 홈 하나

어느새 웅덩이 되어 나를 비춘다

수면 위 일렁이는 잔상들이

파도가 되어 가슴을 울렁인다


그 속으로 가만히 손을 담그니

삶의 구겨짐이 묻어 나오고

두 손 모아 조심스레 떠올리면

무상(無常)함만이 손가락 사이로 흐른다


눈물에 잠겨 온몸을 적셨어도

빗물은 여전히 차갑고 아픈데


웅덩이에 포개져 숨이 막혀와도

맑게 갤 그날을 그리며

기어이, 나를 비워낸다


.......................

<시 읽기: 희망이란 이름의 엽서>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세상 속에서 나는 항상 옳았지만 늘 외로웠고, 스스로 똑똑하다고 믿었지만 실은 참으로 괴로웠다.


 지금 그때를 떠올려 보면 쓴웃음이 나고 부끄러움이 앞서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치열한 고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썼던 시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현실 인식으로 가득 차 있어 때로는 마주하기조차 꺼려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고민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성장통일 것이다. 자아가 성장하며 사회와 충돌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 말이다. 


 그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영훈 학생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비워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숙의 디딤돌이 아닐까. 웅덩이에 고인 슬픔을 떠내며 맑게 갤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나를 비워내는 법을 배운다. 



지도교사 : 시인 김동환

제주 출생.

2024년 서정문학 상반기 신인상 등단

4.3 전국 청소년 문예공모 대상

적도문학상 수상 외

(현) KIS 한국과정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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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4-01 09: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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